이대근(74) 씨와 아들 이선웅(46) 씨가 함께 경작하는 경작지 전경(이대근·이선웅 부자의 요청에 따라 얼굴사진은 싣지 않습니다). 사진=정병수

[공동취재=정병수·문윤진·임구빈 기자] 무안군 현경면 동산리의 들녘은 요즘도 분주하다. 새벽 어둠이 채 걷히기 전부터 비닐터널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6만 평 규모의 밭농사를 짓고 있는 이대근(74) 씨와 아들 이선웅(46) 씨 부자다.

이들 부자는 자가 1만 평과 임대 5만 평 규모의 밭에서 계절마다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초겨울에는 터널 봄무와 양배추를 심고, 가을에는 김장배추와 무, 겨울철에는 마늘과 양파 농사까지 이어지며 사계절 내내 밭이 쉬는 날이 없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아들 이선웅 씨가 4년 전 귀농해 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는 점이다.

이선웅 씨는 “연세 드신 아버지가 홀로 대규모 농사를 감당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며 “쉽지 않은 길이라는 걸 알았지만 결국 제가 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생활과는 전혀 다른 삶이지만 농사는 단순한 일이 아니라 삶 그 자체라는 걸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이대근 씨는 농업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가격 불안정’을 꼽았다.

그는 “농사는 열심히 한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다”며 “배추나 무를 잘 키워도 가격이 폭락하면 1년 농사가 한순간에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또 “농민들은 결국 서울 가락동 농산물 시장 시세에 따라 울고 웃는다”며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농촌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 역시 큰 부담이다.

초봄이면 냉해를 막기 위해 멀칭 작업과 비닐터널 설치를 해야 하고, 터널 안에는 안개분사기도 설치한다. 이후 스프링클러 운영과 병해충 방제 작업까지 이어진다.

이대근 씨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계속 뛰어다녀야 한다”며 “비가 오면 비 때문에 걱정이고, 가물면 가물어서 걱정이다. 농사는 결국 하늘하고 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동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농장 인력 대부분은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고 있다.

이선웅 씨는 “이제 농촌은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언어와 문화 차이로 어려움도 많지만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부자는 현재 계약재배 방식으로 농사를 이어가고 있다. 계약업체가 판매를 맡는 구조여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일정 수준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근 씨는 “조금 덜 벌더라도 안정적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며 “농사는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들 이선웅 씨는 앞으로 저온저장시설 설치와 새로운 영농 시스템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농촌도 이제는 체계적인 경영과 유통 전략이 필요한 시대”라며 “아버지의 경험에 새로운 방식을 더해 보다 안정적인 농업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농촌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대를 이어 농사를 지키고 있는 현경면 부자의 이야기는 지역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