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취재=문윤진·유종 기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무안청사가 위치한 무안군 삼향읍 남악신도시. 고층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밀집한 도심을 지나 오룡산 자락 안쪽으로 들어가면, 고즈넉한 풍경의 시골 마을이 나타난다. 남악리에서 유일하게 자연부락의 형태를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안동마을(남악 1리)’이다.
과거 남악리는 회룡·신흥·남악·오룡·안동 등 5개의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다. 안동마을 지명의 정확한 유래는 전해지지 않지만, 오룡산 골짜기 깊숙이 자리해 외부 영향을 받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간다는 뜻에서 ‘안(安)’ 자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2000년대 전남도청 이전과 함께 대대적인 남악신도시 개발이 시작되면서 원주민들은 큰 변화를 맞이했다.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안동마을을 제외한 4개 마을 주민들은 보상을 받고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현재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 한편에 약 50여 가구, 100여 명의 주민이 모여 사는 안동마을만이 자연부락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돌아오지 못한 남편의 전설
안동마을은 깊은 역사만큼이나 신비로운 구전 설화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안동 저수지 인근에 살던 김해김씨 부부가 둔갑술을 부리다 끝내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애달픈 전설이 전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남편은 인근에서 맞수가 없을 정도로 학문이 깊고 세상의 이치를 연구하던 인물이었으며, 아내는 그런 남편을 정성껏 봉양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어느날 남편은 우연히 구한 둔갑술 책을 통해 매일 밤 호랑이로 둔갑해 산을 배회하며 세상을 살폈고 새벽녘이 되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와 일상생활을 하게 된다.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저녁, 남편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부인이 몰래 지켜보다가 호랑이로 둔갑해 산으로 가는 남편 모습을 목격한다. 남편이 변한 원인이 ‘책’ 때문이라 생각한 부인은 망설임 없이 그 둔갑술 책을 부엌 아궁이에 넣어 태워버렸다.
새벽에 돌아온 남편은 방안의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책을 찾았으나, 이미 아궁이에서 한 줌의 재로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남편은 다시 사람이 되지 못한 채 호랑이의 모습으로 슬피 울며 집을 떠났다고 한다.
이후 비 오는 밤이면 저수지 주변에서 호랑이 울음 같은 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마을 전설도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취재를 위해 찾은 안동마을 경로당에는 무안군에서 발간한 마을역사자료조사지에 기록된 ‘남악 3리’가 아닌 ‘남악1리 안동마을 경로당’이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었다. 마을 어르신들과 마을 전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나 전설의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 아쉬웠다.
전설의 중심인물로 알려진 김해김씨 제각 역시 1968년 저수지 축조 과정에서 이전됐으며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마을 주민들도 그 장소를 기억하지 못했다.
마을 전설은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과 이야기가 깃든 장소, 이를 이어받을 공동체가 함께 존재할 때 비로소 전승된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적 변화에 따라 이야기의 전승이 끊어지는 현실을 이번 취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남악신도시의 화려한 발전 이면에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자연마을의 역사와 전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동마을은 조용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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