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 문화유산 조사 및 아카이브’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김후초·조기석·박성택 시니어 참여자(좌측부터)들이 사업 내용과 진행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구빈

[공동취재=최점주·임구빈·이병삼 기자] 무안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찾아 기록하고 메타디지털 자료로 남기는 일에 시니어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무안시니어클럽(관장 김민섭)의 노인역량활용사업(공공행정업무지원)의 하나로 무안문화원이 추진하는 ‘무안군 문화유산 조사 및 아카이브’ 사업이다.

지난 12일 무안문화원에서 만난 사업 참여자들은 컴퓨터 앞에서 자료를 정리하는 한편, 현장에서 조사해 온 문화유산의 사진과 기록을 디지털 데이터로 구축하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번 사업에는 4명의 어르신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무안군 9개 읍·면을 대상으로 사우·제각·비각·근현대 문화유적 등 문화유산을 조사하고 현장 사진을 촬영한다. 과거 책자나 문서 형태로 보관돼 있던 자료를 디지털화해 무안문화원 홈페이지의 ‘무안 역사문화 자료관’에 탑재하는 것도 이들의 주요 업무다.

특히 단순히 자료를 옮겨 입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문화유산별로 자료를 분류하고 필요한 정보를 항목별로 정리해 메타데이터를 구축한다. 필요할 경우 현장을 다시 찾아가 현재의 보존 상태와 훼손·변형 여부 등을 확인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7월 말까지 모두 243건의 문화유산 자료를 디지털화해 탑재했다.

누락된 문화유산, 현장을 찾아 다시 확인하다

현장조사팀은 문헌에 기록되지 않았거나 기존 조사에서 빠진 문화유산을 찾아 무안 곳곳을 누빈다.

박성택(68세) 참여자는 “기존 조사 자료를 살펴보니 누락된 제각이나 비각 등이 적지 않았다”며 “현장을 직접 찾아 풀을 헤치고 유적을 확인하고, 문중 어르신들을 만나 족보와 가승보 등을 확인하면서 자료를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조사에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따른다.

조기석(65세) 참여자는 “잡목을 헤치고 산길을 올라 고인돌이나 비석을 찾아 사진을 찍는 일이 체력적으로 쉽지만은 않다”며 “때로는 ‘여기 왜 왔느냐’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후손들에게 우리 고장의 역사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무더운 날에도 현장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이나 문중 관계자에게 옛 자료를 확인하는 일도 중요한 조사 과정이다. 오래된 문서와 사진, 족보 등에 남아 있는 기록을 현장 정보와 대조하면서 하나의 문화유산 자료를 완성해 간다.

현장 기록, 디지털 아카이브로 되살아나다

현장에서 수집한 자료는 김후초(69세) 참여자의 손을 거쳐 디지털 데이터로 만들어진다.

한글과 한문으로 기록된 자료를 정리하고 사진을 분류한 뒤, 문화원 시스템에 맞는 메타데이터를 입력해 누구나 검색과 활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김후초 참여자는 “현장에서 조사해 온 한글·한문 자료와 사진을 무안문화원 시스템에 맞는 형태로 정리하고 검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현장조사팀과 자료 정리 팀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정리된 자료는 무안문화원 홈페이지 ‘무안 역사 문화 자료관’에 차곡차곡 쌓인다.

종이 한 장, 낡은 사진 한 장, 현장에서 촬영한 비석 사진 한 장이 디지털 기록으로 바뀌면서 누구나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의 역사 자료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시니어의 경험, 지역의 역사 기록과 만나다

무안문화원은 이번 사업이 단순한 노인 일자리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용식 무안문화원 사무국장은 “문화원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지역민 스스로 자기 고장의 역사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라며 “어르신들이 가진 전문성과 경험이 시니어 일자리 사업과 결합하면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구축되는 메타데이터는 앞으로 AI가 무안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검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교육과 사업 규모를 확대해 더 많은 시니어들이 지역의 역사 문화 기록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자들에게도 이 일은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찾아갈 곳이 있고, 오랜 세월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지역사회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의 활력이 되고 있다.

사라질 뻔한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다

문화유산은 남아 있는 것만으로 보존되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 있고,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누가 관리해 왔는지에 대한 기록이 함께 남아야 다음 세대가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무안의 문화유산을 찾아 현장을 누비고, 오래된 문헌과 사진을 디지털 자료로 되살리는 시니어들.

이들의 발걸음은 자칫 사라질 수 있는 지역의 역사와 기억을 찾아내 기록하고, 이를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자산으로 남기는 작업이다.

시니어의 경험과 지역문화의 기록이 만나 무안의 역사를 미래로 이어가는 새로운 아카이브가 만들어지고 있다.

김후초 참여자가 조사 자료를 메타 데이터로 변환해 무안문화원 홈페이지에 탑재하고 있다. 사진=임구빈
무안 역사문화 자료관에 탑재된 ‘무안 유·무형 문화자원’ 자료. 7월 말까지 총 243건을 탑재했으며, 연말까지 무안군 유형문화재 가운데 사우·제각·비각·근현대 문화유적 자료를 추가로 조사·정리해 탑재할 예정이다. 사진=임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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