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취재=박천행·최점주·유종 기자] 무안읍에서 목포 방면으로 국도를 따라 약 3㎞ 달리다 보면 길 옆 왼쪽에 팽나무와 개서어나무 숲이 보인다. 상청천(上淸川) 마을 입구 쪽에 숲을 설명하는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고 길을 따라 늘어선 고목들이 여행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여 찾기가 쉽다.
이 숲은 달성 배씨 증암(甑巖) 배회(裵繪) 선생이 경상도 칠곡에서 이곳 청천리에 입향하여 조성한 것으로 팽나무 60여 그루와 개서어나무 20여 그루로 이루어져 있으며, 1962년 12월 7일 천연기념물 제82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수령은 약 500년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숲이 조성된 배경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진다. 달성 배씨가 이곳에 정착한 뒤 자손의 번창을 기원했지만 서해의 강한 해풍 때문에 생활과 농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고민하던 어느 날 한 나그네가 “마을 앞에 팽나무와 개서어나무를 심어보라”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100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이후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바닷바람을 막아주면서 자손이 늘고 마을도 번창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기록도 전해진다. 마을 유래비에 따르면 세조 2년 단종 복위 운동이 실패로 끝나자 달성 배씨 배회 선생은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터를 잡았으며, 바다에서 불어오는 서풍을 막고 후손들의 건강과 번영을 위해 식수했다고 적혀 있다.
청천리라는 지명은 산골짜기에서 맑은 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린 데서 유래했다. 무안마을 자료관에 따르면 상청천 마을은 원래 이씨와 박씨가 살던 곳이었으나 15세기 중반 달성 배씨들이 들어오면서 그들은 점차 다른 마을로 이주해갔다. 현재는 이씨, 나씨, 고씨 등 다양한 성씨의 주민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지만 여전히 달성 배씨 집성촌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12월 말 기준 106세대 180명이 거주하고 있다.
마을 위쪽에 위치한 청천사(淸川祠)는 숙종 9년 후손들이 무열공 배현경, 율헌 배균, 증암 배회의 충절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했다. 또한 동학농민혁명 당시에는 배상옥 장군을 중심으로 한 무안 동학농민군이 이곳에 집강소(執綱所)를 설치했으며 현재 장군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청천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부자(74세)씨는 “예전에는 광주~목포를 잇는 국도 1호선이 마을 앞으로 지나가서 마늘과 양파를 팽나무관리사무소 옆 공터에 쌓아놓고 많이 팔았다”며 “도로가 마을 외곽의 우회도로로 바뀐 뒤에는 장사가 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청계면 청천리는 마을 입구에 팽나무와 개서어나무 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고, 달성 배씨 집성촌의 전통을 간직한 마을이지만 주민들은 서로 협력하며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축사 등이 들어서지 않아 청정한 농촌 경관도 보존되고 있다.
전설과 역사, 그리고 사람들의 삶이 어우러진 청천리는 무안의 숨은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