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취재=박천행·박관섭·김정복 기자] 농민운동가이자 민주화운동의 현장을 지켜온 박석면 시인이 고희를 맞아 첫 시집 『무안』을 출간했다. 반세기 넘게 써온 시편들을 모아낸 이번 시집은 단순한 문학적 성취를 넘어, 지역과 시대의 기억을 담아낸 기록으로 평가된다.
시집의 제목이자 주제시인 「무안」은 시인의 삶과 고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시인은 어린 시절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 오면 / 무안이라고 말하기가 어쩐지 무안했다”라고 고백한다. 자랑거리가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고향을 내세우기 어려웠던 기억을 담담히 풀어낸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다시 고향을 바라본 그는 “삼면이 강과 바다로 둘러싸여 / 무안한 우주와 만나는 곳이 무안인데 / 그 가운데에 황토의 생명력이 / 무안히 펼쳐져 있는 곳이 무안인데”라고 노래한다. 무안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자연과 생명력, 그리고 삶의 터전으로서의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재해석된다.
그렇듯이 시인은 ‘무안’이라는 지명을 시의 주요한 문학적 기능의 하나인 언어유희적으로 풀어낸다. ‘무안하다’라는 말이 가진 쑥스러움·부끄러움의 뉘앙스를 넘어, ‘務安(힘써 편안히 살다)’라는 한자적 의미로 확장한다. 이는 곧 고향 무안이 단순히 ‘볼거리 자랑거리가 없는 곳’이 아니라, 삶을 성실히 일구며 편안히 살아갈 수 있는 터전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시집 『무안』은 고향의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 안에서 자존과 긍지를 회복하는 시편들이라 할 수 있다.
박석면 시인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관통한다. 광주일고 시절 유신철폐 운동에 참여했고, 김상진 열사 추도식을 주도하다 학교에서 제적됐다. 이후 민중시인 김남주와 인연을 맺으며 문학적 꿈을 키웠고, 1978년 ‘함평 고구마 사건’에서는 농민운동의 최전선에 섰다.
이러한 삶의 궤적은 시집 곳곳에 녹아 있다. 민주화운동과 농민운동의 기억, 고향 무안의 자연과 사람들, 농촌의 일상과 정서가 꾸밈없는 언어로 기록되어 있다. 물론 문학으로서만이 아니라, 현재 무안의 현경면에서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마친 그는 다시 고구마경작을 하면서 무안동학혁명기념사업회 대표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번 시집 『무안』은 늦깎이 신인의 첫 시집이라기보다,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시편이 맺은 결실이다. 주제시 「무안」이 고향의 이름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기억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듯이, 시집 전편에서 드러나는 ‘무안’이라는 공간을 부끄러움에서 긍지로 소외에서 자존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석면 시인의 이번 시집은 무안의 역사와 정서를 문학으로 형상화한 기록이자, 지역민들에게 고향의 가치를 새롭게 일깨워주는 문화적 자산으로 읽힌다. 오늘도 묵묵히 ‘황토의 생명력이 무안히 펼쳐진 무안에서 힘써 일하며 편안히 살아가고 있는’ 무안 주민들에게 특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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