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 공연 포스터. 사진=문화포털(culture.go.kr) 문화예술공연 정보

“우리는 흔히 예술을 특별한 재능과 화려한 무대에서 찾는다. 그러나 뮤지컬 ‘라스트 쇼’는 정반대의 질문을 던진다. 이름 없는 스태프들, 실수를 반복하는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매일의 고단한 삶은 과연 예술이 될 수 없는가. 무안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그 물음에 유쾌한 웃음과 묵직한 감동으로 답하며 관객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을 울림을 남겼다.”

지난 23일 저녁 승달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은 오랜만에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설렘으로 가득했다. 객석은 거의 만석에 가까웠고, 공연 시작 전부터 로비와 객석에는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이 넘쳐났다.

무안군과 공연기획사 ‘정컴퍼니’가 협업해 제작한 창작뮤지컬 ‘라스트 쇼’가 지역 관객과 처음 만나는 순간이었다. 공연을 지켜보며 “우리 지역에서도 경쟁력 있는 창작공연이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라스트 쇼’는 쇠락한 서커스단의 마지막 공연을 소재로 한다. 공연 직전 핵심 인물이 무대에 설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고, 무대 뒤에서 일하던 스태프들이 직접 무대 위에 올라 공연을 이어간다는 설정은 단순해 보이지만 의미가 깊다. 이 작품은 화려한 스타가 아닌, 언제나 뒤편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에게 조명을 비춘다. 조명 담당, 음향 담당, 소품 담당, 무대 담당, 그리고 단장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던 사람들이 주인공이 된다.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평범함의 발견’이었다. 우리는 흔히 예술을 비범한 재능과 특별한 능력에서 찾으려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서커스 전문가도 아니고 영웅도 아닌 사람들이 서로 실수하고 부딪히면서 끝내 무대를 완성해 가는 과정을 통해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것은 화려한 묘기도, 완벽한 기교도 아니다. 함께 노력하고 서로를 믿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라는 사실을 작품은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보여준다.

특히 피지컬 코미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무대는 관객들에게 끊임없는 웃음을 선사했다. 배우들은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로 객석과 호흡하고, 때로는 서툰 실패마저 웃음의 장치로 활용했다. 그러나 그 웃음은 단순한 희화화에 머물지 않았다. 웃음 뒤에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하루, 실수와 좌절을 반복하면서도 다시 일어나야 하는 삶의 풍경이 무대 위에 자연스럽게 투영됐다.

고루하고 분주한 일상을 넘어서서 화려한 예술의 무대로 펼쳐진다. 사진=박관섭 기자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일상의 비루함과 평범함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이야기 구조였다. 극 중 인물들은 대단한 성공을 꿈꾸지 않는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무사히 마지막 공연을 마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 대부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름 없이 공동체를 떠받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품은 그 소박한 삶의 가치를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무대가 오히려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배우들의 열정도 돋보였다. 객석과 무대의 거리를 좁히며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집중력은 공연 내내 흐트러지지 않았다. 코미디와 감동 사이를 오가는 균형도 안정적이었다. 무엇보다 앙상블의 힘이 좋았다. 특정 배우 한 사람의 기량에 의존하기보다 전체 배우들이 서로의 호흡을 살려가며 무대를 완성해 나가는 모습은 작품의 주제와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었다.

이번 공연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지역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 오랫동안 지방 공연은 대도시에서 제작된 작품을 유치하는 데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라스트 쇼’는 지역 공연장이 단순한 대관 공간을 넘어 창작의 거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무안에서 시작된 이 작품이 앞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통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난다면, 한 편의 창작뮤지컬을 넘어 지역과 예술이 상생하는 모범적 사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의 박수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 박수는 배우들에게만 보내는 찬사가 아니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감당하는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격려였으며, 평범한 삶 속에서도 예술은 피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공감의 표현이었다.

뮤지컬 ‘라스트 쇼’는 말한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완벽한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서로 기대고 손을 잡으며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들이 결국 가장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어 낸다고. 무안에서 시작된 이 따뜻한 이야기가 더 넓은 무대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다리를 다친 연기자가 드디어 장애를 넘어 공연의 정점을 이룬다. 사진=박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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