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취재=최점주·임구빈·이병삼 기자] 한여름 무안읍 낙지골목은 제철 음식을 찾는 손님들로 활기를 띤다. 골목마다 낙지를 찾는 발길로 북적이는 가운데, 예약 손님만 받으며 특별한 여름 보양식을 선보이는 식당이 있다.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수족관 속 큼직한 민어가 유유히 헤엄치고, 주방에서는 갓 손질한 생선의 담백한 향이 퍼진다. 여름철 짧은 제철을 기다려온 미식가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 ‘활민어’ 때문이다.
무안읍 향림낙지한마당을 40년째 운영하고 있는 조상행 대표(1955년생)는 지역에서 손꼽히는 민어 전문가다. 1980년대 후반 ‘향림횟집’으로 문을 연 그는 낙지 골목이 형성되기 전부터 이곳에서 횟집을 운영해 왔다. 지금은 낙지 전문점으로 상호를 바꿨지만, 여름철이면 예약 손님들을 대상으로 활민어 요리 전문점으로 변신한다.
“민어는 활어로 먹어야 진짜 맛을 압니다.“
40년 가까이 민어를 다뤄온 그의 한마디에는 장인의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지난 15일, 조 대표를 만나 여름철 보양식으로 손꼽히는 민어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새벽 어판장에서 시작되는 민어 한 상
조 대표의 하루는 새벽 신안 송공어판장에서 시작된다. 그는 민어는 손질 기술보다 좋은 생선을 고르는 안목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판장을 한 바퀴 돌며 민어의 배 모양과 탄력, 살의 상태를 꼼꼼히 살핀 뒤 가장 상태가 좋은 한 마리를 선택한다.
“처음 본 민어를 바로 사지 않습니다. 끝까지 둘러본 뒤 가장 좋은 놈을 골라야 하지요.”
민어는 암수도 구분한다.
“암컷보다 수컷이 살이 단단하고 맛이 좋습니다. 암컷이라도 알이 밴 것은 살이 무르고, 알이 들지 않은 것이 횟감으로는 훨씬 낫습니다.”
횟감으로 알맞은 크기는 3.5~5㎏ 정도다. 너무 큰 민어는 맛은 뛰어나지만 한 번에 소비하기 어려워 식당에서는 적당한 크기를 선호한다.
결국 좋은 민어는 좋은 생선을 알아보는 눈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활민어가 선어보다 특별한 이유
국내에 유통되는 민어 대부분은 그물로 잡아 선어 상태로 판매된다. 반면 이곳은 예약이 들어오면 활민어를 확보해 손님상에 올린다.
“활민어는 살이 쫀득하고 탄력이 살아 있습니다. 숙성한 선어도 맛은 있지만 활어만의 식감은 따라오기 어렵습니다.”
활민어는 선어보다 ㎏당 1만 원 이상 비싸지만, 그는 맛을 위해 그 차이를 기꺼이 감수한다고 말했다.
민어는 여름철 짧은 제철 생선인 만큼 가격 변동도 크다. 바다가 거칠어 조업을 하지 못하면 가격이 오르고, 태풍이 지나 조업이 재개되면 공급이 늘면서 가격도 안정된다.
“태풍이 한 번 지나가면 민어가 많이 잡혀 가격도 한결 좋아집니다.”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최고의 보양식
민어는 예부터 ‘버릴 것이 없는 생선’으로 불렸다. 회는 물론 부레와 껍질, 머리, 뼈까지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조 대표가 가장 먼저 권하는 부위는 부레다.
“부레를 안 먹으면 민어를 제대로 먹었다고 할 수 없죠.”
부레는 뜨거운 물에 살짝 담갔다 먹으면 더욱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껍질도 살짝 데치면 콜라겐이 살아나 고소한 풍미가 더욱 깊어진다.
등살은 담백하고, 뱃살은 적당한 지방이 어우러져 씹을수록 고소한 감칠맛이 살아난다. 한 마리 안에서도 부위마다 서로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민어의 매력이다.
“민어는 매운탕보다 지리탕입니다”
민어 한 상의 마지막은 지리탕이다. 손님들이 회를 즐기는 동안 주방에서는 민어 뼈를 푹 고아 맑은 국물을 끓인다.
조 대표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미식가들의 말을 소개했다.
“민어탕은 일품(一品), 도미탕은 이품(二品)입니다.”
그는 이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국물이 쌀뜨물처럼 뽀얗게 우러나야 제대로 된 민어 지리입니다. 조금만 식어도 국물이 굳을 정도로 진해야 진짜 보양식이지요.”
매운 양념보다 맑은 지리탕으로 끓여야 민어 본연의 깊은 맛과 담백한 풍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성이 완성하는 예약제 민어 요리
이곳은 하루 전에 예약하면 더욱 신선한 활민어 맛을 즐길 수 있다. 예약이 들어오면 그날 활민어를 구입하고, 아들 조성봉(1983년생) 씨가 직접 회를 손질한다. 초당대학교 조리학과(일식 전공)를 졸업한 그는 서울의 호텔에서 경력을 쌓은 뒤 현재 아버지와 함께 2대째 식당을 이어가고 있다.
상에는 직접 만든 20여 가지 밑반찬이 함께 오른다. 냉동 완제품 대신 모두 주방에서 직접 만든 음식들이다. 민어 한 마리를 주문하면 회와 부레, 껍질, 진한 지리탕까지 코스로 즐길 수 있다.
조 대표는 “좋은 생선은 좋은 재료에서 시작된다”며 “조금 비싸더라도 손님에게 가장 신선한 활민어를 내놓는 것이 우리 집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39년 동안 한결같이 지켜온 그의 신념이다.
무안의 여름은 민어로 완성된다
민어의 제철은 7~8월로 길지 않다. 가장 맛이 절정에 오르는 시기는, 불과 한 달 남짓이다.
살이 단단하게 오른 활민어 한 점을 입안에 넣으면 쫀득한 식감과 깊은 감칠맛이 천천히 퍼진다. 이어 뽀얗게 우러난 지리탕 한 숟갈이 속을 따뜻하게 감싸며 여름 더위를 잊게 한다.
짧은 계절만이 허락하는 특별한 미식을 올여름 무안에서 찾아보자. 한 상 가득 차려진 제철 활민어를 제대로 맛보는 일, 그것이야말로 무안의 여름을 가장 깊고 오래 기억하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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