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취재=정병수·이병삼·유종 기자] 전남 무안군 청계면 청천리, 승달산 자락에 자리한 마곡사. 조용한 산길을 따라 사찰 주변을 걷다 보면 자연이 빚어낸 바위와 계곡,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가운데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이 있다. 오래전부터 ‘호랑이굴’로 불려온 작은 동굴이다.
마곡사 주변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승달산에는 예부터 호랑이가 살았다고 한다. 호랑이는 명옥폭포 주변 풀숲에 자리한 굴을 드나들며 몸을 쉬었고, 주변 바위에 몸을 비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현재 이곳에서 실제 호랑이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호랑이굴’이라는 이름과 그에 얽힌 이야기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이곳의 지명과 풍경 속에 남아 있다.
특히 명옥폭포 옆 바위에 호랑이를 사냥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포수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끈다. 마곡사 주지 정평 스님은 “바위에 새겨진 이름들은 호랑이를 사냥했던 다섯 명의 포수 이름”이라고 전했다.

호랑이굴 전설은 단순히 한 가지 이야기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전설은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과 이야기가 깃든 장소, 이야기를 기억하고 이어가는 공동체를 통해 세대를 거치며 전승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내용이 더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마곡사 호랑이굴에 얽힌 이야기는 사실 여부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당시 사람들이 하나의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해석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구전 문화 자료로 볼 수 있다. 즉 당대(當代)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마곡사 주변 계곡을 따라가면 명옥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정평 스님에 따르면 이곳에는 피부병, 특히 한센병을 앓던 사람이 폭포수에 몸을 씻은 뒤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병이 나은 사람이 산을 내려가면서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니 마치 옥구슬이 구르는 것처럼 맑고 아름답다고 해 ‘명옥폭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호랑이굴은 명옥폭포 인근 바위에 자리하고 있다. 타원형의 동굴 입구 주변으로 넓은 바위가 펼쳐져 있으며, 굴의 깊이가 깊어 끝을 알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6.25 한국전쟁 당시에는 주민들이 동굴 앞에 돌담을 쌓아 피난처로 이용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호랑이가 살았다는 전설의 공간이 전쟁이라는 격변기를 지나면서는 사람들의 피난처로 이용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하나의 공간에 자연에 대한 기억과 주민들의 생활사가 함께 겹쳐 있는 것이다.
마곡사의 역사도 이곳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다. 정평 스님에 따르면 마곡사는 임진왜란 당시 소실된 송지사 터에 100년 전 달성 배씨 가문의 노(老)보살 두 사람이 초가집을 마련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 중창을 거듭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마곡사는 한국불교 전통 의식을 바탕으로 염불과 기도가 이뤄지는 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정평 스님은 “신도 수가 많지는 않지만 공부하고 수행하며 기도하는 도량으로, 전국에서 신도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마곡사 주변의 동굴과 바위, 폭포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자연의 일부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곳에는 호랑이가 살았다는 이야기와 포수들의 흔적, 폭포의 이름에 얽힌 전설, 전쟁 당시 주민들의 피난 이야기가 쌓여 있다.
전설은 반드시 사실과 거짓으로만 나눠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 자연환경이 단순한 풍경을 넘어 오랫동안 주민들의 이야기와 기억이 쌓여온 공간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호랑이가 사라진 시대에도 ‘호랑이굴’이라는 이름은 남아 있다. 마곡사의 호랑이굴 전설은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앞으로도 그 이야기를 기록하고 이어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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