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취재=양기홍·이병삼 기자] 전남 무안의 한적한 들녘. 자전거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낯설면서도 정겨운 얼굴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익살스러운 표정과 어딘가 어설픈 몸짓. 그러나 보고 있노라면 절로 미소가 번진다. ‘못난이 미술관’의 주인공, 조각가 김판삼의 작품들이다.
무안시니어신문은 지난 4월 13일, 못난이 미술관에서 김판삼 작가를 만났다. 그의 작품 세계는 ‘못난이’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과는 전혀 다른 결을 품고 있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예쁘기만 하다면, 과연 아름다움의 가치를 알 수 있을까요?”
그의 질문은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못난이’라는 이름에 담긴 그의 예술 세계는 우리가 관습적으로 믿어온 미(美)의 기준을 유쾌하게 뒤집는다.
작가가 오랜 시간 고민해 온 ‘못난이’는 과연 어떤 미(美)의 기준 위에 서 있는지, 그의 생각을 따라가 보자.
3천 평 공간에 일궈낸 한 예술가의 집념
약 3000평 규모의 ‘못난이 미술관’은 작업실과 전시실, 못난이조형체험관, 우비마을 아트센터, 카페를 두루 갖춘 복합 문화공간이다. 실내·외에 설치된 100여 점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하지만, 그 시작은 지극히 소박했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작은 축사 자리에 작업실 하나를 짓는 것이 시작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애지중지 키우던 소 10마리를 팔아 그 작업실을 마련해주었다.
김 작가는 아버지가 편안히 앉아 아들의 작업 모습을 바라볼 수 있도록, 그네를 단 ‘기린 조형물’을 미술관 정원 한가운데에 세웠다. 그 작품에는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깊은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처음엔 200평 남짓이었죠. 그런데 작품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오면서 공간이 조금씩 넓어졌습니다.”
특히 마을의 폐자재를 모아 만든 첫 작품인 ‘팔 벌린 아이’는 미술관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진입로가 좁고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오직 그 조형물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찾아왔다. 그렇게 쌓인 입소문이 공간을 키웠고, 그 공간은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못난이가 있기에 아름다움도 존재한다”
전남예고 1회 졸업생인 김판삼 작가는 군산대 조소과를 거쳐 전남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0년 넘게 입시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현실과 타협하던 그는 마흔 무렵, 비로소 자신의 본질인 작업실로 돌아왔다.
그의 작품 철학은 명확하다.
“못난이가 있어야 아름다움도 존재합니다. 2등이 있기에 1등이 빛나는 법이죠.”
외모지상주의와 무한 경쟁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날카롭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지극히 해학적이다. 그가 추구하는 진정한 미학은 작품 그 자체가 아니라, 작품을 마주한 관객이 활짝 웃는 ‘그 찰나의 순간’에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현실적 고뇌, “매달 이자만 600만 원”
미술관이 성장할수록 작가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주차장을 확보하려 땅을 사고, 연못을 조성하려 산 일부를 매입하다 보니 현재 미술관은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있다.
“매달 금융 이자만 600만 원에 달합니다. 순수하게 작품 판매 수익만으로는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죠.”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못난이조형체험관을 신축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긴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이제 체험관을 운영하고 다양한 모습의 못난이도 궂즈로 만들어 판매 중이다.
‘문화연금’을 꿈꾸는 마을공동체의 미래
김 작가는 이곳이 개인의 공간을 넘어 마을의 활력이 되길 바란다. 그의 최종 목표는 이른바 ‘문화연금’ 모델이다.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못난이 토분’을 제작·판매하여 그 수익을 주민들과 나누는 구조다. 공간도 마련되었고, 아이템도 충분하다.
“신안에 햇빛연금이 있다면, 무안에는 문화연금이 있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공간과 아이디어는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를 실행으로 옮길 세심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최소한의 기자재비만 지원된다면.”
김 작가의 염원이 꼭 실현되길 바란다.
미술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
“이 미술관 공간 전체가 저의 작품입니다.”
작가의 말처럼, 그는 건물 구석구석을 직접 손보며 조형물을 배치해 공간의 완성도를 높여왔다. 시멘트를 바르는 일마저도 전체를 완성해 가는 하나의 조형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작년 10월부터는 전시관 관람을 유료로 전환했다. 대신 관람객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하며 관람의 질을 높였다. 유료화 이후 오히려 관람객들의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미술관 앞산을 ‘유아 숲’과 ‘예술 공간’으로 가꾸고, 연못에 분수를 설치하는 등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다.
“웃는 얼굴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 작가는 다시 한번 자신의 철학을 강조했다.
“예쁜 얼굴보다 훨씬 아름다운 것이 바로 웃는 얼굴입니다.”
‘못난이 미술관’은 단순히 조각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다. 웃음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되묻는 성찰의 공간이다.
‘세 번 생각하고 판단한다’는 그의 이름 김판삼(金判三)처럼, 투박하지만 정겨운 그의 작품들이 전하는 위로가 무안을 넘어 더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미소로 번지길 기대한다.










[김판삼 작가 프로필]
△ 학력 : 전남예술고등학교 / 군산대학교 / 전남대학교 대학원 졸업
△ 개인전(10회) : 목포/무안/서울/광주, 못난이축제/못난이 미학/못난이 서울나들이 등
△ 아트페어 : 서울/홍콩/뉴욕/북경/경주/대구/광주/목포 등
△ 그룹전 : 목포조각협회 창립전/영호남 미술교류 ‘남도의 향기전’/전국조각가협회전/전남 청년작가전/도봉 미술교류전/무안군 연꽃축제
△ 초대전/장흥군 천관문학관 초대전 등 40여회
△ 수상 : 한강 미술대전 특선/대한민국 환경미술대전 특별상/대한민국 문화미술대전 우수상/전라남도 미술대전 입선
△ 현)한국조각가 협회 회원/‘파’회원/전남예술고총동문회장/역)한국미술협회이사/환경미술협회 초대작가(2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