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수업시작 전 30분을 주로 활용하여 일상대화, 그림책, 놀이, 노래 등으로 아이들의 언어 발달을 위한 촉진 활동을 진행한다. 사진=박천행
아이꿈어린이집 관계자는 “단순한 일자리를 넘어 할머니들과 아이들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는 유아언어발달촉진지원단 활동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천행

[공동취재=정병수·박천행·박관섭 기자] ‘어린이는 노인의 거울이다’라는 옛말이 있다. 이 격언처럼 아이들의 순수한 눈빛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니어가 있다. 전남 무안군 남악신도시 아이꿈어린이집에서 ‘유아언어발달촉진지원단’으로 활동 중인 명선옥(여, 75세) 씨가 그 주인공이다.

명 씨는 무안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 ‘유아언어발달촉진지원단’에 참여해 지난해부터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남다르다.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아이들의 눈으로 비춰 보며 노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성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활동 반경은 점점 좁아지고 사고는 ‘죽어가고’ 있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아이들은 매일매일 새롭게 커 가고 있잖아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행동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초기에는 쉽지 않았다. 유아들의 언어 발달 촉진을 위해 파견된 지원단 활동은 기존 교육 과정 속으로 녹아드는 게 관건이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교육활동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보조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컸습니다. 결국 선생님과 하나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기로 했죠. 예를 들어 자동차 놀이할 때는 온종일 ‘부릉부릉’ 소리를 내주면서 아이들의 언어 자극을 도왔습니다.”

명 씨는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 과거 자신이 알던 ‘지도’ 방식과 지금의 ‘소통’ 방식은 확연히 달랐다.

“아이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해주면서 함께 느끼려고 해요. 아이들이 말을 잘하는 또래 속에서 생활하면서 집중적으로 옆에서 해주는 언어 교육이 가장 큰 효과를 보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와 장학사 및 교육장 등을 역임하면서 약 44년 동안 교육현장에서 일했던 그는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고 언어가 트이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대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누구랑 왔니?’, ‘오늘 뭐 먹었니?’ 같은 사소한 질문부터 따뜻한 안아주기까지.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부모와 접하는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저는 그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워주고 싶어요.”

함께 인터뷰에 참여한 아이꿈어린이집 관계자는 “이 어린이집이 남악신도시 내 아파트 관리동에 있는 0세부터 4세까지의 영아 전담 어린이집”이라고 소개하면서, “이러한 특성 때문에 무안시니어클럽 유아언어발달촉진지원단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어린이집에는 언어 발달이 다소 느린 아이들이 별도의 센터를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어르신들이 와서 아이들과 1대1로 동화책을 읽어주고, 부드럽게 상호작용을 해주는 것이 아이들의 언어 자극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의 언어 발달을 위해서는 결국 ‘사람 간의 따뜻한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지원단 어르신들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 활동이 단순한 일자리를 넘어, 어르신과 아이들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는 사례로 널리 알려진다면, 노인 일자리 사업의 가치도 더욱 확산될 것”이라며,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함께 상호작용을 통한 언어 발달 효과에 관한 연구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명선옥 씨 역시 앞으로 어린이 언어 발달 지원활동의 의미와 가치는 물론 효율적인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한편, 무안시니어클럽은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력을 선발해 노인 일자리 사업의 질을 한층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어린이집 교실 한편에서, 명선옥 씨는 오늘도 ‘새로워지는 시니어’가 되어 아이들의 첫 언어 여정을 든든히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