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령량광장에 설치된 용 조형물.'용이 머물렀던 곳'이라는 주룡나루의 전설을 형상화했다. 사진=임구빈
영산강 두령량 일원에 자리한 주룡나루 안내판과 옛 나루터 모습. 주룡나루는 무안 일로읍 청호리와 영암 학산면을 잇던 영산강의 주요 나루터였다. 사진=김정복

[공동취재=김정복·임구빈·양기홍 기자] 영산강의 고요한 물길이 휘감아 도는 전남 무안군 일로읍 청호리 영산강 강변에는 천 년의 이야기를 품은 신비로운 나루터, ‘주룡나루’가 자리하고 있다.

주룡나루는 ‘두령량(頭靈梁)’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동쪽의 영암 은적산과 서쪽의 무안 주룡산 상사바위 사이를 흐르는 물길로 영산강 중상류의 물들이 모두 모여 흐르는 곳이다. 이 수로는 약 438m의 좁은 물목으로 물살이 매우 거칠고 빨라 예부터 배를 모는 이들에게는 조심해야 할 위험한 곳이었다.

옛 지도에도 주룡나루의 이름이 남아 있다. 『대동여지도』에는 ‘주룡나루(駐龍渡口)’인 주룡진(駐龍津)은 ‘남쪽 50리에 있으며 영암의 경계로 통한다‘고 기록돼 있다. 무안군 일로읍 청호리 주룡마을과 영암군 학산면 매월리 비교 마을을 연결하던 핵심 나루였다. 당시에는 이 나루는 영산강을 오가는 중요한 교통로였다.

‘주룡(駐龍)’ 지명의 유래에는 ‘용이 머물던 곳’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이 머물렀던 장소라는 설이 있는가 하면, 굽이치는 영산강의 물길이 용의 모습을 닮아 ‘용이 머무는 곳’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주룡나루를 둘러싼 영산강의 물길과 주변 산세는 ‘용이 머물렀다’는 전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주민들은 용이 마을을 지켜주고 풍년과 평안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여기며 주룡나루를 소중히 여겨왔고 전해진다.

그러나 1980년대 영산강 하굿둑이 완공되면서 나루터로서의 본래 기능도 사라졌다. 지금은 강변을 따라 옛 나루터의 석축 흔적이 여전히 아스라한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현재 이 일대는 말끔하게 정비되어 ‘두령량광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광장에는 하늘로 솟아오르는 용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세워져 ‘용이 머물렀던 곳’이라는 주룡나루의 전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룡마을의 옛 이름에서 유래한 전통 정자 ‘용호정’도 마련돼 있어 영산강을 바라보며 쉬어갈 수 있다.

두령량광장은 영산강 자전거길과도 이어져 있어 라이더와 산책객들이 잠시 쉬어가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한때 배가 오가던 나루터가 이제는 강바람을 맞으며 옛이야기를 되새기는 휴식 공간으로 모습을 바꾼 셈이다.

뱃고동 소리는 사라졌지만 주룡나루에는 ‘용이 머물렀다’는 오래된 이야기가 여전히 남아 있다. 영산강의 물길과 주변 산세, 옛 나루터의 흔적이 어우러진 이곳은 단순한 강변을 넘어 무안의 지명과 전설, 그리고 영산강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옛사람들의 삶을 함께 되새겨볼 수 있는 소중한 지역의 역사문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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